작년 그러니까 2024년 여름이 지나고 하루에 적어도 30-40분(쉽지가 않죠..^^) 문자를 읽자라고 해서 소설책을 조금씩 읽기 시작했어요. 문자라고 한 건 뚜렷이 읽고 이를 이해하고 내 머리에 꾹꾹 담고 싶었답니다^^.
어떤 책들을 읽어볼까 하다가 정말이지..재미도, 피식거림도, 퇴폐미도, 우울하기도, 씁쓸하기도, 스릴도, 긴장도, 이렇게 표현을, 아름다움을, 자극을, 아픔을 담아내는 이야기들을 정말 오랫동안 등지고 있었구나라는 나 자신에 대한 그간의 게으름을 자각했습니다.
그러면서 툭하고 읽었던 양귀자 작가님의 <모순>이라는 소설. 주인공인 안진진, 엄마가, 아빠가, 이모가, 동생을 통해서 나의 감정들이 톡톡 터지기도 눌려지기도 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등장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모순>이라는 소설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소설 속 목차는 그림과 같이 간략히~^^

1. 안진진. 25세의 젊은 여성으로, 삶의 모순을 깨닫고 성장하는 주인공
책을 좋아하고 이상적인 삶을 꿈꾸는 듯한 안진진.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희생적인 삶을 보며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고 다짐하며 자랐지만, 시간이 지나며 진진이가 싫어했던 엄마의 삶이 결코 단순한 희생만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진진은 사랑을 통해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경험하고, 가족과의 갈등을 통해 삶이 완벽하게 선과 악으로 나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우게 되죠.
무엇보다도 진진이 어머니에 대해 가졌던 오해가 하나씩 풀리면서 그녀의 시선이 변화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나는 그제야 비로소 엄마가 평생을 바쳐 지키려 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엄마는 무너지지 않는 벽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썼던 한 사람의 여자였다.”
어머니의 삶을 단순한 희생으로만 보았던 진진은, 사실 어머니가 한 여자로서 얼마나 많은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왔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쉽게 판단했던 것들이 사실은 각자의 생존 방식이었음을..
2. 안진진 엄마. 어머니는 굉장히 헌신과 현실의 상징
안진진의 어머니는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여성입니다. 남편과의 불행한 결혼생활 속에서도 묵묵히 참고 인내하며 자식을 키우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보다는 자식들의 미래와 생계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특히 그녀는 현실적이고 강한 여성으로 묘사되며, 가끔은 감정적으로 복잡한 선택을 내리기도 합니다. 엄마는 삶에서 자신만의 해답을 찾고자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번 고통과 상실을 경험합니다. 진진이와의 관계에서 엄마는 강한 의지와 애정을 표현하며, 동시에 자신이 그동안 살아온 삶에 대한 회한과 갈등을 느끼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기억에 남을 만한 대사 중 하나는 엄마가 진진에게 하는 말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건 사랑이 아니라, 현실적인 힘과 끈질긴 생명력이지.”
엄마가 자신의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삶을 지탱하는 힘이 무엇인지 깨닫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진진은 엄마의 희생의 의미를 깨다는 순간이 있지요.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다.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했지만, 나는 어느새 엄마를 닮아가고 있었다.”
진진은 어머니의 삶을 부정하며 살아왔지만, 결국 어머니의 인내와 희생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어머니의 사랑과 강인함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 그녀는 어머니를 전과 다르게 바라보게 되죠.
3. 안진진 아버지. 부재하는 가장
가정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는 인물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린 시절, 진진에게 아버지는 무책임하고 무관심한 사람이었고, 어머니가 힘든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버지도 나름의 방식으로 가족을 생각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으로서의 아버지를 받아들이게 되면서, 진진이는 이해하게 되는 거 같아요.
“아빠는 늘 거기 있었다. 그러나 없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아빠를 원망했지만, 이제는 안다. 아빠도 나름의 방식으로 우리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진진은 존재감 없는 아버지를 탓하며 자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버지도 나름의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됩니다.
“아버지는 감정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던 것이었다. 나는 그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아버지와의 관계는 소설 전체에서 진진이 깨닫는 ‘모순’의 또 다른 형태입니다. 이 깨달음은 어머니를 이해하는 과정과 맞물리면서, 진진의 성장과 변화를 더욱 깊이 있게 보여줍니다.
무엇보다도 엄마와 아빠의 대화에서 서로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예를 들어, 한 장면에서 엄마는 아빠에게 **“왜 당신은 항상 나를 힘들게 해? 나는 그냥 우리 아이들 잘 키우고, 우리가 사는 데 필요한 건 다 하는데, 당신은 왜 자꾸만 나를 외롭게 만들어?”**라고 말하며, 자신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살아왔는지 토로합니다.
반면, 아빠는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는 거야? 난 그냥 나대로 살고 있는데, 왜 네가 나를 그렇게 보냐?”**라고 반문하죠. 이 대화는 두 사람 간의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을 잘 보여줍니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도 둘은 결국 떠나지 않으며, 그들의 관계는 끝없이 반복되는 모순 속에서 살아갑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사랑하려 하지만, 그 사랑은 결국 서로를 상처 입히는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이 관계는 단순히 남녀 간의 갈등을 넘어, 각자의 가치관과 역할에 대한 모순을 보여주는 중요한 테마로 다가옵니다.
아래 사진 속 글은 아버지가 오랜만에 돌아왔을 때 진진이에게 한 말이에요. 섬세한 감정을 가지신 분이라는 걸 느꼈어요. 가슴이 아픈 섬세함을 가지신 분..

4. 안진진의 동생. 어머니처럼 현실적인 삶을 택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동생은 초반에는 가족을 위한 책임감이나 현실적인 고민보다는 자신만의 길을 가려는 성격을 보여주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행동은 여러 가지 변화와 갈등을 겪으면서 점차 달라지게 되죠.
동생의 변화된 모습은 안진진과의 대화에서 점차 더 성숙한 의견을 표현하게 되는 과정에서 잘 나타납니다.
“알아, 이제 내가 좀 더 생각할게. 우리가 이렇게 버티기만 하면 안 되는 거잖아. 나도 나름대로 뭔가 해야 한다는 걸 느껴.” “너가 그런 말을 하니까, 조금은 믿어볼 만할 것 같아.”
동생의 성장을 인정하고, 두 사람의 관계가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신뢰를 쌓아가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5. 안진진 엄마와 이모-서로 다른 삶을 사는 자매
진진의 어머니와 이모는 대조적인 삶을 살아가죠. 엄마는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만났고, 이모는 부잣집이며 삶 자체가 굉장히 네모 반듯한 이모부를 만나게 되어 결혼을 합니다. 엄마는 세상의 모든 불행을 다 소유한 것처럼 삶을 살아가고 이모는 세상 여자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모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고, 엄마는 이모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어느 쪽이 맞는 건지 고민했다.” ‘다른 선택’이 틀린 것이 아님을 깨닫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엄마는 가정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이모는 자유로운 삶을 택했지만,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는 거겠지요.
엄마는 희생과 헌신을, 이모는 자기 중심적인 자유와 독립을. 안진진은 그들 각각의 입장을 존중하면서도 그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으려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진진이와 이모의 특별한 이야기가 있어요. 이모의 의지대로 선택한 마지막은 진진이에게 “진진아, 너무 빠르게도, 너무 늦게도 내게 오지마….”로 알 수 있어요.
6. 안진진의 두 남자 – 사랑의 모순을 보여주는 인물들
진진은 두 명의 남자를 사랑하면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겪습니다.
첫 번째 남자 김장우. 감성적이고 이상적인 사랑. 자유분방한 아버지를 닮았고. 진진이 처음 사랑한 남자로, 그녀에게 설렘이라는 감정을 선사합니다. 그러나 진진은 김장우와의 관계를 통해 사랑이 감정만으로 유지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죠.
두 번째 남자 나영규. 안정적이고 현실적인 사랑. 네모 반듯한 이모부를 닮았다라고 할까요. 두 번째 남자는 진진에게 안정감을 주는 현실적인 존재라고 볼 수 있죠.
진진은 감성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결국 사랑도 완벽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야기 속에서 진진이 두 남자를 만나는 모습들, 그 과정에서 진진 자신의 삶을 다시 정립해가는 과정을 같이 보여줍니다. 그리고 진진이가 누구를 선택하게 될 지에 대한 궁금증도 같이 읽으면서 커지게 되죠.
안진진을 중심으로 한 등장 인물들 간의 관계 속에서 부모(어머니와 아버지)와의 관계에서의 복잡한 감정, 동생과 이모를 통해 본 선택의 차이, 두 남자와의 경험을 통해 이상과 현실의 괴리라는 걸 상대적으로 보여주며 이러한 것들에 대한 모순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진진을 통해 봅니다.
우리가 가족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얼마나 많은 오해와 단정을 하며 살아가는 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서,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감정들이 새롭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부모를 이해하지 못했던 주인공이, 결국 어머니와 아버지의 삶을 받아들이면서 성장하는 과정은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경험하는 감정일 것입니다.
<모순> 이라는 소설은 안진진이의 성장소설이라고만 하기에는 아닌거 같아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인간관계의 본질 그리고 ‘나’가 ‘내가’ 겪고 있는 현재의 삶을 들여다 만들더라구요. 삶에서 완벽한 답이 없다라는거.. 늘 선택과 후회, 사랑과 갈등,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며 살아간다라는 거..
소설 마지막 작가노트에서 — 우리들 삶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모든 것이 모순투성이었다. 이론상의 진실과 마음속 진실은 언제나 한 방향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었다. —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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